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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국외여행

불가리아 왕국 옛수도 벨리코 투르노보 여행 후기

by 쎄오남 2021.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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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1월23일
불가리아, 벨리코 투르노보
Bulgaria, Veliko Tarnovo

 

벨리코 투르노보는 제2차 불가리아 제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울창한 숲과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불가리아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관광지라고 한다. 

지금은 추운 겨울이라 앙상한 나무 가지들 밖에 없었지만

세 개의 언덕을 구불구불하게 흘러가는 얀트라 강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소피아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세시간 후, 'Hotel Etara Bus Station'에 하차했다. 

지도를 보니 도시 크기를 몰라 거리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해는 이미 지고 걸어가기엔 거리가 먼 것 같아 버스를 타려고 두리번 거렸다.

밤이 된 시골 마을의 조그만 터미널엔 마땅히 물어볼 직원도 없다.

시외버스 내린 곳에 한 커플이 앉아 있다.

지도의 숙소 위치를 보여주며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 지 물어 보았다.

왠일 자기들도 그 쪽 방향이란다.

택시를 탈 건데, 같이 타고 가자고 한다.

이방인에 대한 호의에 감동 받았다. 감사감사

아싸하고 쫄래쫄래 따라가 같이 택시를 탔다.

얼마 못 가 택시가 섰다. 고장이 났다.

으레 있는 일인 것 마냥, 다들 여유롭다.

기사 분이 어딘가에 전화를 하더니, 얼마 안 있어 다른 택시가 왔다.

새로운 택시로 얼른 갈아타고 다시 출발했다.

그런데 이 택시에서는 곧 터질 것 같이 엔진 소리가 요란하다.

멀지 않은 거리를 가는데도 불안불안하다.

연식이 꽤 되었는지, 기어스틱이 부숴질 정도로 변속을 한다. 

 

친절한 커플 덕분에 숙소 앞까지 편하게 왔다.

그 커플은 나보다 조금 더 들어가서 내린단다.

호의에 보답을 할 틈도 없이, 쓩하고 가버렸다.

인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찰나에 저 아래 길로 돌아 내려가는 택시가 보인다. 감사합니다.

 

숙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보다 머리 한개반 정도 더 있을 법한

키가 큰 Alex가 반겨줬다.

숙박객은 나 말고 프랑스 아주머니 크리스티나 단 둘이란다.

소피아에서 묵었던 Hostel Mostel과 같은 체인이라 할인도 받았다.

역시 그 곳과 시스템이 같다.

저녁에 식사랑 맥주가 제공된다.

손님이 단 둘 밖이라, 저녁은 Alex가 먹고 싶은거 물어보고 만들어 준다.

맥주도 소피아와 다르게, 패트 채로 마음껏 마실 수 있다.

북적이지 않고, 오붓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오늘은 감자 오므라이스와 불가리아 맥주 '볼리아르카' 한잔!

저녁 먹고 짐 풀고 샤워 하고, 숙소 냉장고에서 맥주 한 병 꺼내 마셨다.

500mL짜리가 1.3레바(약 980원).

크리스티나와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었다.

성경 공부 겸 여행 하러 불가리아에 오신지 두 달째 되셨단다.

쫒김 없이 여유롭게 불가리아를 여행 중이셨다.

 

 

  

 

숙소 건물에서 역사가 느껴진다.

왠지 특이한 사연이 있을 것 같다.

이 도시가 옛 수도 였다보니, 건물들이 다들 전통이 있어 보인다.

알고보니, 현재 식당으로 사용되는 1층이 예전엔 감옥이었단다.

헐 그럼 감옥이었으면 거기서 죽은 사람도 있고 그랬을 텐데 ㅜ

갑자기 그렇게 포근하던 저녁 식사자리가 오싹하게 느껴진다.

 

크리스티나와는 다른 방이라, 6인실을 혼자서 썼다.

꽉 차면 그렇게 복작대던 6인실이 조용하다.

쓰고 싶은 침대 맘대로 고르고, 수건도 마음대로 널고 좋다 히히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4인실부터 12인실까지 다양하게 써봤는데,

대체로 불편함이 없었다.

2층 침대 아래에 누워 있으면 위에서 조금만 뒤쳤여도 흔들림이 크다.

다들 배려를 해서 살짝 깨도 금방 다시 잠든다.

간혹 술마시고 깽판 부리는 아이들이 있지만,

귀마개 꽂으면 세상 조용히 잘잔다.

여기는 여행객 자체가 거의 없어

술 마시고 놀자판이라기 보단 소소하게 대화하다가 잠드는 분위기다.

해가 일찍 지니, 맥주 간단히 한 잔하고 다음날 일정 때문에 일찍 잔다.

하루 종일 돌아다녔으니까 당연히 일찍 곯아 떨어지지

혼자 여행이니 만큼 나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으니 차암 좋다.

 

낮에는 알렉스도 보이지 않고, 조용하다.

거실에 나와 앉아 있으니 고요하다.

사진에 저 뭐라고 하지? 빈백 같은거

저기에 잘 앉아?누워? 버릇해서 편하지가 않다.

사진 몇 장 찍고 나갈 준비 해야지

 

괜시리 한국 여행책 없다 뒤적거린다.

생활수준이 올라갈 수록 레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안 가던 나라에 일본인들의 흔적이 종종 보인다.

5~10년 뒤에는 우리나라 사람들 흔적이 남아 있겠지?

내 여행책도 놔두고 가고 싶다.

하지만 필요한 부분한 찢어 놓은 거라, 남루한 흔적을 남길 수가 없다.

 

 

 

숙소는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다.

냉장고에서 마시고 싶은 맥주와 음료 꺼내 마셔서

리스트에 체크해 놓고 체크아웃 할 때 일괄 계산하면 된다.

불가리아는 물가가 저렴해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불가리아 지폐와 동전

통화단위는 레바(Lv)이고, 보조통화는 스토팅키이다.

처음 사용하는 화폐는 동전을 종류별로 모은다.

이번 동유럽 여행은 몇 나라 빼고 다 각자의 화폐가 있다.

이것도 은근 짐이 될 거 같다.

종류별로 모으는 것도 은근 신경 쓰인다.

집에 가서 이쁘게 보관해야지.

 

알렉스도 보이지 않고, 크리스티나는 일찍 나갔다.

잘 다녀오겠단 인사할 사람도 없다.

 

  음~ 역시 키릴 문자. 한개도 모르겠다~

 

이제 본격적인 시내 구경 시작

숙소를 나와 짜레베츠 언덕으로 가는 길

읽을 수 없는 키릴 문자 투성이다.

 

 

 

짜레베츠 언덕 입구에 있는 매표소에서 내려다 보니

관광지에서 살짝 벗어난 거주지 같다.

가보고 싶지만 돌아오는 시간을 가늠해보니 어중간하다.

날씨는 춥지만 하늘은 맑고 좋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샀다.

원래는 6레바인데, 국제학생증을 제시하고 2레바 할인 받았다.

터키에서는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

불가리아로 넘어오니 유럽이라고 학생증이 꽤나 쓰인다.

언덕 구경 시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도 함께 준다.

 

햇빛이 따뜻해서 쌓였던 눈들이 녹아 질퍽거린다.

하필 메쉬로 되어 있어 아주 잘 젖는 신발이다.

바보 같이 겨울 여행에 이런 신발을 고르다니.

아직까진 괜찮은데, 신발 젖으면 대략 난감이다.

 

  

 

성 문을 지나 쭉쭉

 

  역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제2차 불가리아 제국시대에는 이 언덕 전체가 궁전이었단다.

하지만 예전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으로 모두 폐허가 되고 성벽이랑 터만 남아있다.

현재는 언덕 꼭대기에 대주교 구 교회가 있다.

 

교회로 올라가는 길에 전망이 좋다.

그리 높은 길은 아닌데, 풍경 보려고

올라가다 뒤돌아보면서 몇 번을 쉬었다.

 

 

오른쪽으로는 스베타 고라 언덕도 보이고

 

시내도 보인다. 저~멀리 스타디움도 보이고

여기도 유럽이라, 왠지 축구장일 것 같다.

이 넓은 성터에 나 말고 아무도 없다.

여기 들어오기 전에 개 한마리가 짖으면서 돌아다니 길래

피하듯 들어왔는데, 너무 조용하다.

저~멀리서 아까 그 개 짖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나 나갈 때는 딴 데로 가 버려라 제발

 

 

  

음 키릴문자

 

드디어 꼭대기의 교회에 도착!!

겉모습은 특별하지 않지만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벨리코 투르노보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발걸음을 멈추니 들리는 소리라곤, 이따금씩 들리는 새소리 뿐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소음 속에 둘러쌓여 살았나

집에서 조차 티비 소리에, 걸어 갈 때도 이어폰을 꼽고

내 귀는 언제 쉴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든다.

 

전망대는 문 닫은 상태가 올라갈 수 없었다.

관광객이 이리 없는데, 눈도 왔겠다 여는게 이상한 것 같다.

 

입구 문 장식이 예사롭지 않다.

 

  

 

실내 장식은 불가리아 현대 회하의 거장이 그린 거란다.

투박하고 경직된 게 사회주의틱한 느낌이 난다.

 

 

 

 

 

실내 벽화에서 경건함과 중압감이 느껴진다.

관광객도 나 밖이고 조용한 분위기에 차분히 구경하고 방명록에 한글로 흔적을 남기고 나왔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너무 부끄럽다.

다른 한국인이 읽어보진 않겠지 ㅋㅋ

 

 

올라 왔던 길을 다시 내려왔다.

이게 뭐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식수대였었나? ㅎㅎ

"The past lives through us"라고 적혀 있다.

반가운 영어다.

 

 

언덕을 내려오니, 아까 사납게 짖어대던 개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혹시 있을까봐 쫄면서 조심히 내려왔는데, 다행이다.

 

이제는 시내 쪽 구경하러 이동.

 

 


이날 여행기는 부득이하게 두 편으로 나눠서 블로그 하게 되었다.

큰 이벤트가 있는 여행은 아니었지만, 적다보니 말이 많아졌다.

글을 적으면서 잊고 있던 기억을 더듬으니,

여행 때 느꼈던 감정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지난 일이지만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거 보니,

사람은 과거를 회상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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