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12월28일
터키, 이스탄불
Turkey, Istanbul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중국 우루무치를 경유하여, 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좁은 이코노미에서 쪽잠을 자서 그런가 몸이 찌뿌둥 했다.
늦은 밤이라,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 놨다.
공항을 벗어난 밴이 이스탄불에 진입했을 때,
노란 불빛 사이로 희미하게 거리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여행하는 이슬람 국가의 생경한 모습이라
살짝 가슴이 두근 거렸다.
픽업 덕분에 편하게 숙소에 도착했다.
시차 때문인지 이른 아침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잠자리가 편안했는지, 개운하게 기상했다.
무슨 바람인지 평소에는 하지도 않는 조깅을 하러 나갔다.
1월이었지만 그리 춥지 않았다.
숙소 바로 옆이 마르마라해라 조금만
걸어도 탁 트인 바다가 보인다.
마르마라해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한국에 있었는데,
하루 아침에 이 곳에 서 있다니,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생전 보기 힘든 일출까지 보고 말았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살살 뛰었다.
몇몇 조깅하는 사람을 지나쳤다.
그들도 이상한 바람 불어 즉흥적으로 뛰러 나온
나같은 여행자들일까?
고양이들이 간밤에 떨어져 있던 음식 주워 먹고 있다.
저기서 두리번 거리며 어슬렁 거리는 개들이 다가온다.
그냥 지나치는가 싶더니, 무슨 심사가 뒤틀렸나
한마리는 짖으면서 나머지는 킁킁거리며 나한테 다가온다.
놀라 도망가면 쫒아올 거 같아, 태연한 척하며 뛰는 걸 멈추고 걸었다.
내 주변을 어슬렁 거리더니 이내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저 큰 개들이 이렇게 돌아다니면 우짜자는 말인 건지 ㅜㅠ
숙소에 돌아오니 조식시간이다.
터키 대부분 숙소에서 조식을 제공한다.
터키식 아침식사는 카흐발트라고 부르는데,
터키 바게트인 에크맥에 잼을 발라 치즈, 햄, 올리브, 과일등과 함께 먹는 식이다.
거기에 차이까지 곁들여 마신다.
아침을 가볍게 먹는 나에게는 딱이다.
의외로 든든하고, 과일들 덕분에 느끼하지도 않다.
숙소마다 나오는 과일 종류와 치즈가 다르다.
생각보다 입에 잘 맞는다.
아침 식사를 하고, 본격적인 이스탄불 구경을 하려고 숙소를 나왔다.
첫 날부터 날씨가 맑으니 기분이 아주 좋다.
새로운 여행으로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는 상태다.
왠지 몸도 가볍고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아무 일도 안 생겼다. 뭘 기대한 거니)
숙소 주변부터 느린 걸음으로 걸었다.
숙소 위치가 나름 괜찮다.
주요 관광지인 아야소피아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다.
그 반대편에 블루모스크도 있고, 거리를 따라 많은 상점들도 있다.
터키 간식인 로쿰 파는 집들이 보인다. 어떤 맛일까
찐득한 젤리 같이 생긴 것 안에 다양한 견과류들이 들어 있다.
트램이 보인다.
이스탄불의 주요 교통 수단이다.
꽤나 신식이다.
터키의 생과일 주스는 수유(Suyu)라고 불린다.
과일 통째로 그 자리에서 갈아 준다.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기 때문에 한 잔에 꽤 많은 과일이 들어간다.
과일 원액 그대로 이다. 상큼하면서 달콤하다.
아야소피아 성당
비잔틴 제국 때는 성당으로, 오스만 제국 때는 모스크로,
현재는 박물관으로 이용 중이다.
터키 와서 제일 처음 간 곳이라, 그래서 더욱 꼼꼼하게 본 곳이다
숙소 근처라 오다가다 매일 마주친 곳이다.
돔 아래 넓은 터에 많은 사람들이 소리 없이 내부를 감상 중이다.
건물 옆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2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이슬람 정복으로 성당에서 모스크로 바뀔 때,
성경을 이야기하는 벽화는 회칠로 덮여 그 모습이 감쳐졌다.
성당의 흔적은 사라지고, 그 위는 이슬람을 대표하는 장식와 문양으로 채우졌다.
현재는 성당 벽화를 복원한 부분과 세월 흐름에 따라
자연적으로 드러난 부분들이 생기면서,
이슬람과 기독교가 동시에 공존하는 신기한 곳이 되었다.
예레바탄 저수지
아야소피아 바로 옆에 예레바탄 저수지가 있다.
오스만 제국 시대 때 멀리서 물을 끌어와 저수지로 사용 했던 곳이다.
대제국의 중심지 였던 만큼 많은 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사람이 모이고, 교역의 중심지가 되면서
오스만 위정자들은 생활에 필수인 물을 공급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심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저수지가 생겼을 것인데,
단순히 물을 저장하는 공간이 아니라,
아름다운 기둥과 아치들로 건축되었다.
저수지 안쪽까지 돌아서 구경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어두컴컴하고 다습한 공기가 무거운지
다들 조용히 감상 중이다.
잘 보면 물고기도 살고 있다.
꽤나 많이 있다.
통로 제일 깊숙히 들어오면
뒤집어진 메두사 머리를 볼 수 있다.
이 기둥 바로 옆엔 메두사 머리가 옆으로 뉘어져 있다.
어느 액션영화에서 이 메두사 조형물을 봤는데, 기억이 안난다.
저수지에서 나오니 점심 시간이다.
노상에서 케밥을 사서 술탄아흐멧 공원 벤치에 앉아 콜라로 끼니를 떼웠다.
그런데, 거기서 지인을 만났다.
사실 누나 직장 동료가 우연찮게 같은 날 다른 시간에
이스탄불로 오기로 해서 만나기로 약속 했었다.
하지만 연락이 없어 사정이 있으신가 했는데,
배낭을 메고 두리번 거리시는 지인을 케밥 먹다 발견 했다.
지인은 네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둘이서 터키로 왔다.
접이식 유모차에 배낭까지 메고 대단도 하시지.
네살 아들은 어린 나이에 인도도 두번씩이나 다녀오고 나름 여행 베테랑이다.
지금은 중학생쯤 됐겠다. 나보다 키가 더 크다는데.
내가 묵는 숙소로 안내하고, 짐을 놔두고 식사를 하러 나왔다.
이스켄더를 시켰다.
내가 먹었던 케밥보다 훨씬 맛있어 보인다.
소스, 얇게 구운 고기에 요거트가 곁들여진다.
난 케밥을 먹었기에 커피를 주문했다.
터키식 커피를 투르크 카흐베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커피다.
곱게 간 커피 콩을 그대로 넣고 끓여 마신다.
마시다 보면 가루가 아래에 쌓여 있어,
다 마실 때쯤 잔을 뒤집어 바닥에 쏟아 그 모양을 보고 점을 치기도 한단다.
이제는 트램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
트램 승차권은 제톤이라고, 플라스틱 코인 모양이다.
일회용이다.
어딜가나 보이는 모스크 때문에 너무 다른 풍경이다.
아무리 세속적이라 해도 이슬람은 이슬람이다.
완전 신기하다.
이집션 바자르에 왔다.
바자르는 우리나라라로 치면 시장이랑 같은 곳이다.
근처에 그랜드 바자르보다 규모는 작지만,
조금 덜 상업적이라 구경하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사람은 많지만 구경하기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호객 행위도 심하지 않아, 구경기에 불편함이 없다.
다양한 향신료를 판다.
바람이 살짝만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이 아주 고와 보인다.
어딜가나 로쿰 가게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원하는 만큼 무게별로 골라 담을 수 있다.
터키 여행하는 동안 종류별로 꼭 먹어봐야 겠다.
바자르에서 나오는 어느덧 어둑어둑 해진다.
한국이랑 비슷한 시간에 해가 진다.
에미뇌뉘(발음을 한글로 적기 힘들다.)에 있는 예니 자미에도 노란 조명이 켜진다.
번화가는 밤이 되어도 구경하기 크게 걱정이 없다.
어느 도시처럼 해가 지면 거리가 휑해지지 않는다.
편한 마음으로 저녁까지 먹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저~멀리 보스포러스 대교가 보인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현대식 현수교다.
대략 1킬로 폭의 해협을 연결한다.
직장에서 퇴근 하는지 많은 차들이 오고 간다.
지척에 두고도 배를 타야만 갈 수 있었을 곳을
이 다리 덕분에 두 대륙의 교류가 훨씬 수월해졌다.
숙소로 돌아 오는 길에 보이는 블루모스크와 아야 소피아
술탄아흐멧 공원을 중심으로 두 랜드마크가 마주보고 있다.
저녁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두 건물을 등지고 사진을 찍는다.
여행지에 온 게 실감 난다.
낮에 지나온 곳이라고 그새 익숙해진 느낌이다.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왔다.
터키 맥주 에페스를 시켰다.
오늘은 여행 첫날이니 모든 게 처음이다.
터키 있으면서 에페스 많이 마셨는데,
돌아보니 라이드랑 다크 등 다른 맛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다진 볶음 고기 위에 얇은 달걀부침이 올려진 요리와
시즈닝 된 닭고기 요리를 시켰다.
샐러드가 사이드로 기본으로 나온다.
빵은 언제나 기본으로 제공된다.
한 접시에 음식이 나오는 게 나랑 잘 맞다.
특별히 향신료 향도 강하지 않고, 맛도 좋다.
무겁지 않게 맥주 한 잔 곁들여 먹기 딱이다.
일행과는 내일 각자 가고 싶은 곳 구경하고,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혼자 여행일거라 생각했는데, 여행 첫 날부터 동행이 생겼다.
식사할 때 여러개 시켜 나눠 먹을 수 있는게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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