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12월29일
터키, 이스탄불
이 날도 아침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다행이 어제의 개 무리를 마주치진 않았다.
무서워 하면서도 굳이 하지도 않던 조깅을 포기 못 하는 건
여행 이틀 째라 의욕이 충만해서다.
이번 여행은 두달 동안 여유롭게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쭉 머무르는 게 목표라 아침부터 무리를 한다.
숙소에서 카흐발트로 아침을 먹고, 빠르게 숙소에서 나왔다.
관광지라 자판에서 다양한 군것질 거리를 판다.
막 장사를 시작하려는 아저씨에게서 케스타네를 사먹었다.
우리나라 군밤이랑 똑같다.
너무 일찍 사먹은 것 같다. 어제 굽고 남은 거라 식고 딱딱했다. 에잇
아야소피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톱카프 궁전이 나온다.
궁전 담벼락을 따라 더 걸어 갔다.
오늘은 어제 저 멀리 보였던 보스포러스 대교 근처에 있는
요새에 가려고 한다.
이스탄불에 있는 동안에 이 길을 매일 걸어 다녔다.
에미뇌뉘까지 왔다. 보스포러스 해협이 바로 보인다.
줄지어 낚시하는 사람부터 보스포러스 페리 호객하는 소리가 뒤섞인다.
겨울이지만 그리 춥지 않고, 날씨도 맑다.
목적지 루멜리 히사르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고 멀리까지 가야 한다.
2회 사용 가능한 버스 티켓을 샀다.
버스 풍경이 우리나라랑 비슷하다.
맨 뒷 자리에 서서 가고 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한 남자아이의 손에 용접공학 책이 들려 있다.
나랑 전공이 비슷한 것 같다.
말 걸 용기는 안 나지만, 괜시리 반갑다.
왼쪽 저 밑에서부터 파란색 원이 있는 곳까지 버스를 갈아 타고 갔다.
보스포러스 1대교를 지나 2대교까지
보스포러스 2대교 근처에 와 버스에서 내렸다.
가까이서 본 다리 높이는 상당히 높았다.
저 다리를 걸어보고 싶었는데, 걸어 갈 수는 없단다.
자살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다나?
그래서 보행자 통행 불가인가 보다
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용기로 위기를 극복하셨으면ㅜ
버스에 내리자마자 오늘의 목적지 루멜리 히사르가 보인다.
돌아올 때 버스 타는 곳을 몰라 한참 헤매서
여기서 하루를 꼬박 투자했다.
하지만 아깝지 않았던 곳.
오스만 제국 시절, 보스포러스 해협의 폭이 가장 좁은 곳에 위치해 있어
해협을 지나는 타국의 배들을 대포로 침몰시키기 위해 만든 요새다.
근처의 베벡이라는 이스탄불 부촌의 스타벅스는 전망이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곳이다.
많은 여행자들이 그곳에서 인증샷을 찍는데,
나는 왜 근처까지 가놓고 거길 못 갔을까
사진으로 대리만족한다.
보러포러스 해협이 닿을 듯 펼쳐진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입장료는 3리라. 안내 팜플렛도 함께 준다.
조금 외진 여행지라 그런지, 관광객이 많이 없다.
공연장. 여름에는 이곳에서 공연도 한단다.
전망이 좋다. 춥지도 않고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여기 올라서서 바다를 내려보니,
저멀리 적선이 오는 게 바로 보이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도 위치가 좋다.
남들이 볼까 다급하게 삼각대를 올려 놓고 사진을 찍었다.
저런 포즈는 왜 지었을까.
내가 있는 곳은 유럽, 저 쪽은 아시아
특별한 구경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한적하게 멋진 풍경을 보면서 걷기에 좋은 곳이다.
여유로운 여행을 좋아하면 추천.
루멜리 히사르에서 내려와, 점심 먹으러 칼레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옛날 사진을 담은 액자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아담한 식당이다.
관광객들보단 현지인들로 보이는 손님이 대다수다.
직원과 영어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손님 중 한 명이 주문을 도와줬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빵. 공짜다 히히
어느새 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음식을 시키면서 차이도 시킨다.
터키인들은 차이 사랑은 각별하다.
하루에도 몇 십잔씩 마신다.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나눌 때 항상 곁들여진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쟁반에 차이를 담아 어디론가 다급하게 가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홍차와 비슷한데, 홀짝홀짝 자꾸 손이 간다.
처음 시켜본 쾨프테
구운 고기 산적이라 해야하나?
구운 야채와 밥이랑 함께 나온다.
감자랑 먹으니 좀 퍽퍽하다.
이스탄불의 수많은 자미 중 하나를 보기 위해 다시 버스를 타고 에미뇌뉘로 돌아왔다.
이 길이 맞나 긴가민가 오르막을 따라 올라 가는데,
누군가가 친절하게 이정표를 남겨놨다.
길을 잘못 들었나? 하던 찰나 자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샬렙
자미 입구에 몇몇 노점이 있다.
자미 옆에서 샬렙 파시는 아저씨가 계신다.
야생난 뿌리를 갈아서 우유와 함께 끓인 겨울 음료로 신기해서 사 마셨다.
감기 예방에 좋단다.
달짝지근한게 맛있다. 위에 계피가루도 뿌려주신다.
겨울엔 뭐니뭐니 해도 따뜻한 게 최고다.
피스타치오도 한 봉지 샀다. 1리라 밖에 안 하네.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안에 갈려 있던 피스타치오만 먹다가,
이렇게 단단한 껍질 속에 있는 걸 먹으니 색다르다.
손톱 힘으로 껍질을 벌려 안에 들어 있는 견과를 꺼내 먹는 식이다.
드디어 도착한 쉴레이마니예 자미
좁은 입구를 줄지어 들어가니,
모스크 입장 전, 손과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꼭지가 줄지어 있다.
추운 날씨에도 많은 신도들이 양말을 벗고 입장 전에 심신을 깨끗이 한다.
안으로 들어오니, 넓은 중정이 나온다.
옆으로 회랑이 보이고, 그 위로 수많은 돔이 줄지어 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예배당으로 가는 길이다.
자미 내부 예배당
여자들은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모두 머리에 무언가를 써야지 입장 가능하다.
각자 기도를 올리거나,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사진 찍는 사람도 있다.
천장에서부터 연결되어 내려와 머리 위 높이에 매달려 있는 원형의 조명이
예배당 안을 따뜻하게 비춰준다.
한적한 이곳도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땐 북적일 것 같다.
쉴레이마니예 자미 구경을 끝내고,
일행과의 저녁 약속을 위해, 모스크를 나왔다.
우연히 이스탄불 대학교 앞을 지나갔다.
재학생이 아니면 출입이 금지된다.
캠퍼스가 궁금한 데, 아쉽다.
혹시 아침에 버스에서 용접공학 책 들고 있던 학생도 여기 재학생??
이름으로 유추해 볼 때 터키 제일 대학 같다.
우리로 치면 서울대학교쯤 되려나?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트램을 기다린다.
터키에서 모스크는 찾기는 아주 쉽다.
어수룩해지는 에미뇌뉘로 다시 돌아 왔다.
목적지는 탁심 광장
이스탄불 번화가다. 명동 같은 곳인가?
아무래도 대중교통을 여러 번 이용할 것 같아
악빌을 구매 했다. 충전식 교통카드다.
석양에 비친 모스크와 자미가 새겨져 있다.
1구간만 운행하는 지하철을 타고
탁심 광장에서 내려 이스티클랄 거리 구경도 하고
저녁도 먹을 겸 걸어가기로 했다.
이 곳은 이스탄불에서 소매치기가 많아 가장 조심해야 하는 곳이란다.
여느 번화가랑 차이가 없다.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관광객 노리는 소매치기도 많은가 보다.
그렇다고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탁심 광장에서 이스티클랄 거리로 걸어 갔다.
이 거리는 탁심 광장에서부터 시작되는 내리막의 번화가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고 고풍스러운 전차가 지나가고,
다국적 상점들이 쭈욱 늘어서 있다.
길거리 조명 덕분에 연말 분위기 난다.
사람이 정말 많다.
이 곳의 맛집이라는 KONAK
터키 전통 음식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해서 일부러 찾아 갔다.
운 좋게도 창가에 앉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에 딱이다.
복어처럼 부풀어 있는 빵인 라바쉬가 나왔다.
공갈빵처럼 안이 비어 있고, 공기를 잔뜩 머금어 누르면 푹 들어간다.
터키의 피자 피데
피데를 보고 터키가 피자의 원조라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일종의 약식 피자 같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화덕에서 맛있는 피데가 구워지고,
고기 덩어리를 돌려가며 케밥용 고기를 굽는다.
아래에 접시를 받치고, 칼로 겉을 잘라 내면서 담는다.
거기에 살라타, 구운 야채와 함께 한접시 음식으로 대접된다.
밥을 먹는 동안 석이가 잠들었다.
동양인 아이가 신기한지, 직원이 서로 나서서
2층에 앉았던 우리를 위해, 석이를 들어 1층 유모차에 태워줬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조그만 호의에 기분이 좋아진 식사였다.
소화도 시킬 겸 숙소까지 살살 걸어 갔다.
그 많던 인파는 다들 어디로 갔는지,
거리가 조금씩 한산해 지고 있다.
가는 길에 갈라타 탑도 만났다.
여긴 내일 낮에 와서 탑 위에도 올라가 볼 예정이다.
여행이 너무 좋지만 이기심에 아이를 놔두고 혼자 올 수 없던지라,
4살배기를 데리고 터키까지 온 일행
더 어릴 때 한달씩 인도를 두 번이나 데리고 간 강철엄마다.
유모차에 잠든 석이는 불편한지, 이따금씩 뒤척이며 투정 부린다.
일행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멀게 느껴지던 숙소에 도착했다.
'여행 정보 > 국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터키 이스탄불에서의 특별한 새해맞이 소개 (0) | 2022.01.04 |
---|---|
터키 이스탄불 현지인 고등어 케밥 맛집 소개 (0) | 2021.12.30 |
이스탄불 도착.두달 간 여행의 시작 (0) | 2021.12.29 |
불가리아 벨리코 투르노보 숍스카 샐러드 맛집 소개 (0) | 2021.12.28 |
불가리아 왕국 옛수도 벨리코 투르노보 여행 후기 (0) | 2021.12.27 |
댓글